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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에서 ‘이레학교’로 새꿈터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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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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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연해주에 살던 조선인들은 구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낯선 땅에 내몰렸다. 그 과정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 삶의 뿌리까지 흔드는 거대한 상처였다. 구소련의 문화 말살 정책 속에서도 그들은 한국어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러나 현실은 늘 냉혹했다. 새로운 땅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것은 민족의 자존심이 아니라 오늘을 버티는 일이었고, 내일도 살아남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조국의 독립을 잊지 않았다. 타국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면서도 조국 독립을 위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고, 최재형과 홍범도 같은 이름들은 그 치열한 헌신의 상징으로 오늘까지 남아 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고려인이라 부르며 정체성의 뿌리를 지켜냈고, 대한민국 역사 한 페이지를 묵묵히 써 내려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 후손들, 곧 대한민국 디아스포라의 후손들이 조상의 나라를 향해 돌아왔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은 따뜻한 품이 아니라 차가운 시선이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들었던 너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라는 말은 한국 사회의 냉담함 앞에서 때로는 거짓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의 가슴속에 이어져 내려오던 정체성의 교육이 현실 앞에서 흔들린 것이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너희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카레이스키, 고려인이다라는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교육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2019년 개교 당시만 해도 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연령은 상당히 높았다. 평균 연령이 19세였고, 21세가 넘은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왜 이들은 부모가 이미 한국에 살고 있는데도 이렇게 늦게 이주할까. 그 이유가 늘 궁금했다. 결국 그 배경에는 한국 교육에 대한 정보의 부재, 낯설고 만만치 않은 한국 생활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부모가 자녀에게 힘겨운 현실을 선뜻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학령기를 본국에서 보내다가 뒤늦게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많은 고려인 청소년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의 학생 연령도 점차 낮아졌다. 마침 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의 다문화위탁대안교육기관으로 선정되었고, 동시에 학적이 없는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일정한 한국어 교육을 이수한 뒤 학력심의를 통과하면 학적을 부여받아 한국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권역별 예비학교에도 선정되었다.

 

이 일은 고려인 부모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조금씩 한국의 교육 제도에 대한 정보가 쌓이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한국 학교에 다니는 고려인 청소년들이 한 명, 두 명 생겨나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제 더 이상 본국에서 공부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에서도 충분히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일찍 결혼하는 문화 속에 고려인 4세대들의 자녀들이 어느새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고, 지역사회에서는 과밀학급 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성 광덕초등학교의 경우 학생의 96%가 고려인 가정의 아이들로 채워질 정도가 되었다. 이것은 더 이상 고려인 교육이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현재의 과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지금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는 학교 건축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해비타트와 가수 션, 그리고 그의 아들 하랑이가 기부 마라톤에 함께하며 학교 건축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꿈꾸는 것은 단지 건물이 있는 미인가 시설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한국 최초의 고려인 대안학교, 곧 학력이 인정되는 각종학교로 세워지는 진짜 학교다.

 

그래서 새로운 이름도 정했다. 지금까지 힘겨운 이주의 시간을 견디는 고려인 아이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었던 로뎀나무에서, 이제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미래를 품은 이레학교로 세워지기를 소망한다. 이 소망은 결코 나 혼자만의 꿈이 아니다. 학교 건축을 위해 기도하며 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수많은 마음의 기도이다.

 

이레학교가 반드시 각종학교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려인 청소년들의 가능성과 우수성을 발견하고, 그들을 특성화된 교육으로 길러내어 미래 인재로 세우는 1세대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족사관학교가 민족의 인재를 길러내듯, 고려인 청소년들에게도 그들만의 가능성과 사명을 펼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필요하다. 지금 많은 고려인 청소년들은 한국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학령기에 중도입국한 청소년들은 한국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하고, 낯선 한국 문화를 익히며,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자신이 익숙하게 살아왔던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전국 곳곳에서 꿈을 품고 버티며 미래를 위해 몸부림치는 소수의 고려인 청소년들을 먼저 발굴하고 선발하여, 특성화 교육을 통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세워야 한다고 믿는다. 단지 생존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주류 안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반드시 학력이 인정되는 대안교육의 틀이 필요하다.

 

지금의 공교육 환경에서 고려인 청소년들은 한국 학생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 성장 배경이 다른 아이들에게 그 경쟁은 이미 출발선부터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뒤처짐은 쉽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과 역량, 창의성과 가능성은 피어나기도 전에 묻혀 버린다. 진학의 방향도, 삶의 궤적도 애초에 다른데 그저 같은 잣대로 평가받다가 결국 패배주의 속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하위 노동자로 내몰리거나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현실은 너무도 가슴 아프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전부터 기도해 왔다. 고려인 청소년들에게 꼭 맞는, 학력이 인정되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고. 그것이 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하지만 각종학교 인가의 문턱은 너무도 높다. 필요 이상으로 느껴지는 법령들은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고, 때로는 거대한 교육 기득권의 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학생 수 61명을 기준으로 720평의 운동장이 필요하다는 규정은 누구나 대안교육의 꿈을 품을 수 없도록 만드는 높은 장벽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학교 부지(300)로는 인가형 각종학교를 설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학교 바로 앞 땅의 부지가 1,300평인데 나에게 매매를 하겠냐고 문의가 왔다. 이것은 새로운 희망이자 고문이었다. 평당 100만 원을 불렀기 때문이다. 그럴 만한 재력이 있을 리 없고, 나에게는 학교 부지와 운동장을 포함해 할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는 고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독립운동의 후손인 고려인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놀고 배우며 자신들의 재능과 역량을 펼치고, 할아버지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자라나는 날을 꿈꾸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각종학교를 소망한다. 이 소망은 단지 하나의 학교를 세우는 일이 아니다.

 

잊혀졌던 역사와 상처 입은 정체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한 아이의 인생과 한 민족의 미래를 함께 품는 일이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 이사장. 소학섭
  • 전화. 031-692-4144
  • 주소. 경기 안성시 공도읍 원중복길 25
  • 후원계좌. 농협 351-1240-0017-23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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